수요예측, 왜 맨날 틀릴까?
다음 달에 뭐가 얼마나 팔릴까?
SCM에서 모든 건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다음 달에 이 제품이 몇 개 팔릴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수요예측이다. 그리고 이 예측을 기반으로 재고를 쌓고, 생산을 돌리고, 물류를 준비한다.
문제는 이 예측이 맨날 틀린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SCM을 해온 사람도 “이번 달은 예측 잘 맞겠지”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매번 틀리고, 매번 복기한다. 그런데도 예측을 멈출 수는 없다.
왜 틀리는지, 그리고 어떻게 틀림을 줄이는지. 오늘은 그 이야기다.
수요예측이 뭔데?
지난 글에서 재고회전율을 다뤘다. 그때 회전율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로 “수요예측 정확도 높이기” 를 언급했다.
수요예측은 말 그대로 앞으로 얼마나 팔릴지 미리 예상하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이렇다:
과거에 얼마나 팔렸는지 보고, 앞으로도 비슷하게 팔릴 거라고 가정한다.
지난 3개월 평균 출고량이 100개였으면, 다음 달도 100개 정도 팔릴 거라고 본다. 여기에 계절성, 트렌드, 프로모션 등을 보정한다.
심플하다. 그런데 왜 틀릴까?
틀리는 이유 1: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
수요예측의 전제는 “과거 패턴이 미래에도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회사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수요를 뒤흔든다.
- 경쟁사가 갑자기 가격을 내린다
- SNS에서 누군가 우리 제품을 언급하고 입소문이 터진다
-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갑자기 몰린다
- 날씨가 예년과 다르다
- 금리가 오르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다
이런 것들은 과거 데이터에 없다. 데이터에 없으니 예측 모델이 잡아내지 못한다. 그리고 이건 우리가 통제할 수도 없다. 경쟁사의 전략, 경기 흐름, 날씨를 우리가 바꿀 수는 없으니까.
수요예측은 본질적으로 “과거의 거울로 미래를 보는 일” 인데, 거울에 비치지 않는 변수가 너무 많다.
틀리는 이유 2: 우리가 만든 변수, 프로모션
외부 변수와 달리, 프로모션은 회사 안에서 만드는 변수다.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무에서 예측을 가장 크게 흔드는 건 바로 이 프로모션이다.
평소에 하루 10개 팔리는 제품이 있다. 마케팅에서 할인 행사를 걸면 하루에 50개가 나간다. 행사가 끝나면 다시 5개로 떨어진다. 행사 전에 미리 사놓은 고객이 있으니까.
이 패턴을 예측하려면:
- 행사가 언제 있는지 알아야 하고
- 어떤 규모인지 알아야 하고
- 어떤 채널에서 하는지 알아야 하고
- 이전 비슷한 행사의 효과가 어땠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프로모션 일정은 종종 2주 전에 확정된다. 수요예측은 한 달 전에 해야 한다. 시점이 안 맞는다.
특히 온라인 채널은 심하다. 오프라인 매장은 방문 고객 수가 크게 변하지 않아서 비교적 예측이 안정적이다. 그런데 온라인은 프로모션 하나에 수요가 3~5배 뛰었다가 급락한다. 예측이 아니라 거의 도박에 가깝다.
틀리는 이유 3: 신제품은 과거가 없다
과거 데이터 기반으로 예측한다고 했다. 그런데 신제품은 과거 데이터가 없다.
새로 나온 제품이 얼마나 팔릴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실무에서 쓰는 방법은 이 정도다:
- 유사 제품 참조: 비슷한 스펙의 기존 제품 판매량을 기준으로 삼는다
- 영업팀 판단: 영업이 시장 반응을 보고 감으로 잡는다
- 초기 주문량: 런칭 초기 주문 수량을 보고 조정한다
솔직히 말하면, 감과 경험에 크게 의존한다. 데이터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여기서 낙관 편향이 생긴다는 것이다. 새 제품을 만든 사람들은 “이번엔 잘 될 거야”라고 믿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예측치가 실제보다 높게 잡히는 경우가 많고, 결과적으로 재고가 쌓인다.
틀리는 이유 4: 예측하는 사람이 여러 명이다
수요예측은 SCM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실무에서는 보통 이런 구조다:
| 주체 | 역할 |
|---|---|
| SCM | 통계 모델 기반 기본 예측값 생성 |
| 영업팀 | 시장 상황, 거래처 피드백을 반영한 보정 |
| 마케팅 | 프로모션, 캠페인 일정에 따른 수요 증감 반영 |
| 재무 | 재고 비용 관점에서 검증 |
| 경영진 | 매출 목표에 맞춘 방향 조정 |
문제는 각자의 동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 영업은 결품이 무섭다. 그래서 예측을 높게 잡으려 한다. “없어서 못 팔았다”는 말을 듣기 싫으니까.
- 마케팅은 프로모션 효과를 크게 본다. “이번 행사 대박 날 거예요”라며 높게 잡는다.
- 재무는 재고가 무섭다. 그래서 예측을 낮게 잡으려 한다. “창고에 돈이 잠들어 있다”고 보니까.
- 경영진은 매출 목표가 있다. 예측이 목표보다 낮으면 “더 팔아야지” 라고 한다. 예측이 현실이 아니라 목표가 되어버리는 순간이다.
SCM은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쪽이다.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SCM 책임이 된다. 그래서 가장 중립적인 예측을 하려고 하지만, 위 네 방향에서 밀려오는 압력을 피할 수는 없다.
이러면 예측이 숫자 게임이 된다. 순수한 예측이 아니라, 각자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협상의 결과물이 된다.
그래서 어떻게 하나?
“틀린다는 걸 알면서 왜 계속 하냐”고 물을 수 있다.
답은 간단하다. 예측 없이는 더 크게 틀리니까.
감으로 발주하면 오차가 500개다. 예측을 하면 그 오차를 100개로 줄일 수 있다. 이 차이가 수억 원의 재고 차이를 만든다.
실무에서 오차를 줄이기 위해 하는 일들:
1. 제품을 등급으로 나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모든 제품에 같은 방법을 쓰면 안 된다.
| 등급 | 특징 | 예측 방법 |
|---|---|---|
| A등급 | 잘 팔리고 안정적 | 통계 모델 (과거 데이터 충분) |
| B등급 | 중간, 변동 있음 | 통계 + 영업팀 보정 |
| C등급 | 가끔 팔림, 불규칙 | 이동평균 또는 최소 기준치 |
| 신제품 | 데이터 없음 | 유사 제품 참조 + 영업 판단 |
잘 팔리는 A등급 제품은 데이터가 충분하니 통계 모델이 꽤 정확하다. 문제는 C등급이나 신제품이다. 여기에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 A등급 정확도를 최대한 높이는 게 전체 재고에 더 큰 영향을 준다.
2. 예측 주기를 짧게 가져간다
월 1회 예측하면, 예측과 실제 사이의 간극이 넓다. 주간 단위로 수정하면 오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
실무에서는:
- 월 중순: 다음 달 기본 예측 수립
- 매주: 실적 대비 검토, 필요시 조정
- 수시: 대규모 프로모션이나 이슈 발생 시 긴급 보정
3. 오차를 기록하고 복기한다
매달 이런 걸 본다:
“지난달 예측 1,000개, 실제 750개. 오차율 25%. 원인: 프로모션 축소.”
이 기록이 쌓이면 어디서 틀리는지 패턴이 보인다. “우리 회사는 프로모션 수요를 항상 30% 과대 예측한다”는 걸 알면, 다음부터 보정할 수 있다.
예측은 맞추는 게 아니라, 틀림을 줄이는 것
수요예측에서 가장 중요한 마인드셋이 있다.
“맞추겠다”가 아니라 “얼마나 덜 틀리겠다”로 접근해야 한다.
100%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그건 예언이지 예측이 아니다.
실무에서 SKU(개별 제품)별 예측 정확도가 70%면 상당히 잘하는 것이다. 80%면 훌륭하다. 90% 이상이면 뭔가 숫자를 조작한 게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진심이다).
중요한 건 오차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다. 예측이 틀렸다는 걸 다음 달에 알면 늦다. 이번 주에 알면 이번 주에 조정할 수 있다.
정리
수요예측이 틀리는 이유:
- 세상이 과거대로 안 움직인다 — 외부 변수가 너무 많다
- 프로모션이 수요를 왜곡한다 — 특히 온라인
- 신제품은 데이터가 없다 —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 예측하는 사람마다 동기가 다르다 — 숫자 게임이 된다
그래도 하는 이유:
- 예측 없이는 더 크게 틀리니까
- 틀림을 줄이는 것 자체가 수억 원의 차이를 만드니까
수요예측은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니다.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마치며
SCM에서 수요예측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매달 틀리고, 매달 왜 틀렸는지 설명해야 하고, 매달 다시 예측해야 한다. 꽤 고된 일이다.
그런데 이 과정 없이는 재고가 폭발하거나, 물건이 없어 못 팔거나, 둘 중 하나다. 그래서 SCM은 이 “아름답지 않은 일”을 계속한다.
다음에는 “S&OP, 회의실에서 벌어지는 진짜 싸움” 에 대해 써볼 생각이다. 영업, 생산, 재무가 한 테이블에 앉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가구업계 SCM 실무자가 쓰는 공급망 이야기.